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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도농양(Peritonsillarabsce ss)의 신앙과
    카테고리 없음 2021. 4. 3. 00:15

    은퇴 후 몸을 혹사한 듯.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3개월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기도를 했다. 하지만 매일 새벽을 깨우는 일이 주제에 안 돼서 너무 힘들었어

    게다가 아내의 검진 결과에도 매우 신경을 쓴 것 같다.2016년 3월 초 아내는 암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5년이 지나 최종 검진을 받았으나 초음파에서 또 다른 응어리가 발견돼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3월 15일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로 출발했다. 왕복 8시간을 운전해 밤늦게 도착해서야 겨우 4시간만 잔 다음 날 새벽 기도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으슬으슬 추워졌다.

    그때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물도 안 빠졌어.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나흘 정도 치료한 뒤 칠곡가톨릭병원으로 옮겼다.

    의사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었다. 목 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곧바로 CT 촬영을 해보자고 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목에 나쁜 것이 발견되었습니까?'하고 물었으나 주치의는 CT 결과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나는 건강한 체질이어서 난생 처음 CT를 찍어봤다. CT를 찍으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보통 조금만 무리를 하면 목이 쉰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목이 잠기는 건 좋지 않다고 하던데 혹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탄이 주는 시험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CT 촬영을 마쳤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편도선 주위농양(Periton sillarabscess)으로 판명되었다. 오른쪽 편도선에 농양이 생겨서 무척 아팠던 것이다.

    의사는 3일 정도의 입원 치료를 권했다.그러나 다음날(일요일)이 교회 설립 44주년 기념일이어서 오후 예배시간에 대표 기도 순서를 맡았다. 월요일에는 아내의 맘모톰(Mammotome) 수술 때문에 서울에 동행해야 했다.

    화요일에 입원한다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의사는 고개를 갸웃하고 괜찮을지도 모른다면서 처방을 했다. 집에 가서 항생제를 먹고 푹 쉬었다. 그러나 목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참기가 힘들어졌다.

    평소 몸이 약한 아내에게 농담으로 나도 병원에 입원해 모든 것을 잊고 한 번 푹 쉬어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언어에는 창의력이 있는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대로가 되어 버렸다.

    목 통증으로 거의 밤을 지새운 듯 아침 일찍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입원했다. '의사 선생님 말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도 했다.

    입원 후 주사 바늘로 집중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통증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물도 마시게 된 죽도 못 먹다.

    나는 피로가 쌓인 것은 새벽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의 전화가 왔고 카톡이 오면 그렇게 대답했다.

    혼자 사는 병실에서 성경도 읽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묵상 시간에 하느님으로부터 질책의 말이 들렸다.

    네가 몸을 혹사한 것은 새벽기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네 몸을 성전으로 만드는데 거룩한 몸으로 기도하는 것이 어찌 몸을 혹사시키느냐는 질책을 받았다.

    나는 하느님의 그 말을 듣고 곧 뉘우쳤다. 하나님은 제 몸을 성스러운 성전으로 만들어 주셨지만 저는 기도하는 곳, 즉 몸의 성전을 깨끗이 하지 못해 그동안 너무나 세상적인 것으로 채웠다.

    하나님은 이번 질병의 원인이 거룩하게 살지 못한 삶의 결과임을 지적해 주셨다. 모 방송사의 미스트롯을 보느라 새벽 1시가 넘도록 TV를 보다가 4시 반에 일어났으니 몸이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새벽 재단을 위해 늦어도 밤 10시에는 잠자리에 들도록 생활의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신은 병을 통해 몇 가지 혜택을 주셨다.첫째는 아내와 나, 두 사람이 동시에 수술과 입원이라는 어려움을 겪었고 절망 속에 함께 있는 것은 여호와 혼자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준 것이다.

    둘째는 고통 가운데, 즉 회복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우리 가정에 부여한 축복과 사명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담임목사님이 봄 심방 때 주신 우리 가정에 주신 말씀은 야곱이 요셉에게 내려준 축복이었다.

    "요셉은 우거진 가지, 즉 샘 옆의 우거진 가지이니 그 가지가 담을 넘었다"(창세기 49장 22절) 우리 가정에 샘 옆의 우거진 가지의 축복이 담을 넘는 은혜를 주었으니 이제 그 복을 이웃을 위한 통로가 될 것을 맹세했다.

    셋째, 앞으로는 환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서원한 일이 있었다. 그동안 환자들을 위해 기도할 때는 건성으로만 빌었다. 그런데 아내가 병으로 그 자리에 다시 누워 있으니 그 처지와 처지를 몸소 경험함으로써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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